2025년 이그노벨상: 세상을 놀라게 한 8가지 기발한 연구

만약 음식을 먹어도 칼로리가 쌓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혹은 소에게 얼룩말 무늬를 그려주는 것만으로 해충 피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요? 공상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이는 모두 실제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탐구한 연구 주제들입니다. 그리고 이 기발하고도 의미 있는 연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그노벨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과학계는 두 종류의 노벨상 소식으로 들썩입니다. 하나는 인류 지성의 정점을 보여주는 스웨덴의 노벨상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못지않은 창의력과 유머로 가득 찬 이그노벨상입니다. 흔히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은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하고, 그 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주어지는 유쾌한 상입니다.

올해 2025년 이그노벨상 시상식 역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연구들로 가득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한 올해의 주요 이그수상작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며, 그 속에 담긴 과학적 호기심과 기발한 통찰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이그노벨상이란 무엇일까? 웃음 뒤에 숨은 과학의 가치

이그노벨상은 미국의 과학 유머 잡지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1991년부터 매년 수여해 온 상입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고귀하고 진지한(noble) 노벨상을 재치 있게 비튼 이름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웃기기만 한 연구에 상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그노벨상의 핵심 철학은 평범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용기와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해답을 찾아 나서는 과학적 탐구 정신을 기리는 데 있습니다. 수상 연구들은 표면적으로는 엉뚱하고 기이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엄연한 과학적 방법론과 데이터, 그리고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이처럼 이그노벨상은 과학이 꼭 실험실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일상 속 작은 호기심, 엉뚱한 상상력이 새로운 발견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올해의 이그노벨상 수상 연구들 역시 이러한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2025년 이그노벨상 주요 수상작 심층 분석

올해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10개 팀의 연구가 이그노벨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8가지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생물학상: 얼룩소는 정말 파리를 덜 물릴까?

올해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은 일본 연구팀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들은 소의 몸에 얼룩말 무늬를 그려 넣으면 흡혈 파리에 물리는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연구팀은 파리가 동물의 냄새, 모양, 움직임, 색깔뿐만 아니라 빛을 편광하는 방식에도 이끌린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얼룩말의 흑백 줄무늬는 빛을 교란시켜 파리의 착륙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는데, 연구팀은 이 원리를 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얼룩말 무늬를 칠한 소는 그렇지 않은 소보다 파리에 물리는 빈도가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재미있는 실험에 그치지 않고, 가축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살충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상식에서 동료들이 가짜 파리로 공격하자 얼룩무늬 셔츠를 보여주며 위기를 모면하는 수상자의 유쾌한 퍼포먼스는 이그노벨상의 정신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2. 화학상: 칼로리 없는 만찬의 꿈, 테플론 음식

다이어트는 많은 사람들의 평생 숙제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동 연구팀은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바로 음식에 테플론(Teflon)을 첨가하여 칼로리 추가 없이 포만감을 주는 방법입니다.

프라이팬 코팅재로 익숙한 테플론은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됩니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이용해 음식의 부피를 늘리면, 적게 먹고도 배부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기발한 발상으로 그들은 올해 이그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이 아이디어는 아직 상용화 단계와는 거리가 멉니다. 연구자 중 한 명인 로템 나프탈로비치 교수는 미국 식품 규제 당국이 이 ‘엉뚱한’ 아이디어에 당혹감을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고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그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었습니다.

3. 물리학상: 완벽한 파스타 소스의 비밀

이탈리아 요리 ‘카초 에 페페(cacio e pepe)’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소스가 덩어리지거나 분리되는 현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물리적 해답을 찾아내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들은 치즈와 후추, 파스타 면수로 만드는 이 간단한 소스가 어떤 조건에서 뭉치고, 어떻게 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유체 역학과 열역학의 원리를 통해 완벽한 농도의 소스를 만드는 비법을 밝혀낸 것입니다. 이 연구는 요리가 단순한 감이 아니라 정밀한 과학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입니다.

4. 영양학상: 도마뱀은 어떤 피자를 가장 좋아할까?

서아프리카 토고(Togo)에 서식하는 무지개 도마뱀은 어떤 피자를 가장 선호할까요? 이 엉뚱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과학자 그룹이 이그노벨 영양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들의 연구 결과, 무지개 도마뱀은 다른 토핑보다 네 가지 치즈가 올라간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에 뚜렷한 선호도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는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이 얼마나 재미있는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동물의 식성 연구라는 큰 틀 안에서 위트 있는 주제를 설정한 점이 이그노벨상의 취지와 완벽하게 부합했습니다.

5. 의학상: 마늘 향 모유와 아기의 취향

미국의 두 소아과 의사는 산모가 마늘을 섭취하면 모유에서도 마늘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아기들이 이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내 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산모의 식단이 모유의 풍미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아기의 초기 미각 경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연구입니다.

6. 평화상 & 항공학상: 알코올의 이중적인 효과

올해 이그노벨상에서는 알코올이 두 개 부문에서 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먼저 평화상은 술을 마시면 외국어(특히 네덜란드어) 구사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에 돌아갔습니다. 알코올이 불안감을 낮춰 더 유창하게 말하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항공학상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술을 마신 과일박쥐는 비행 능력과 초음파 반향정위(echolocation)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연구가 수상했습니다. 이는 알코올이 상황에 따라 소통을 돕기도 하지만, 중요한 신체 기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이중적인 효과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7. 문학상: 35년간의 위대한 손톱 관찰기

올해 문학상은 고인이 된 의학사학자 윌리엄 빈에게 수여되었습니다. 그는 무려 35년 동안 자신의 엄지손톱이 자라는 속도를 추적하고, 이를 주제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한 개인의 꾸준함과 끈기가 얼마나 가치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로, 장기적인 관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괴짜들의 축제, 이그노벨상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

얼룩소를 만들고, 테플론을 음식에 넣을 생각을 하고, 도마뱀에게 피자를 먹이는 과학자들. 2025년 이그노벨상 수상작들은 하나같이 기발하고 엉뚱합니다. 하지만 이 유쾌한 연구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바로 과학이란 권위적이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즐거운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이그노벨상은 웃음으로 시작해 생각으로 끝납니다. 이 상은 우리에게 호기심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고, 창의적인 발상이 세상을 얼마나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인류의 다음 위대한 발견은 오늘 우리가 비웃었던 어느 ‘괴짜’ 과학자의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년 이그노벨상 소식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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