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예측하기 어려운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다가도, 다른 날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도 합니다. 이런 기상 이변의 시대에 우리는 앞으로 어떤 날씨를 맞이하게 될까요? 세계기상기구(WMO)가 최근 발표한 예측은 우리에게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바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던 ‘라니냐’ 현상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WMO는 라니냐의 귀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차가운 현상이 돌아오는데도 왜 지구는 더 뜨거워지는 걸까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변화의 복잡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하반기 전 세계 기상 패턴을 뒤흔들 라니냐 현상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라니냐가 정확히 무엇인지, 올해의 라니냐가 왜 특별한지, 그리고 이 기상 변화가 우리의 일상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5가지 핵심 포인트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 지구의 거대한 시소 게임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날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엘니뇨’와 ‘라니냐’라는 두 기상 현상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이 둘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엘니뇨-남방진동(ENSO)’이라는 거대한 순환의 양 극단에 있는 현상으로, 마치 시소처럼 번갈아 나타나며 전 지구적인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라니냐(La Niña)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으로,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차가운 바람을 불어넣는 거대한 선풍기가 작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강력해진 무역풍이 따뜻한 바닷물을 서태평양 쪽으로 밀어내고, 그 빈자리를 차가운 심해수가 채우게 됩니다. 이로 인해 동태평양 지역은 수온이 낮아지고 건조해지는 반면, 따뜻한 물이 몰리는 인도네시아, 호주 등 서태평양 지역은 평소보다 많은 비와 홍수를 겪게 됩니다. 이처럼 라니냐는 단순히 바닷물 온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기 순환 전체를 뒤흔들어 전 세계 각지의 강수량과 기온 패턴을 바꾸는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엘니뇨(El Niño)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반대로 ‘남자아이’ 또는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는 라니냐와 정반대의 현상입니다. 엘니뇨 시기에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따뜻한 해수면이 동태평양으로 확장됩니다. 이로 인해 페루, 에콰도르 등 남아메리카 연안에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고, 반대로 동남아시아와 호주 지역은 극심한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가 발생하면 여름철에는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오고, 겨울철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따뜻한 겨울’을 보낼 확률이 높습니다.
이처럼 엘니뇨와 라니냐는 ENSO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며,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조절자 역할을 합니다.
2025년 하반기, WMO의 충격적인 기상 예측
지난 2025년 3월부터 지구는 엘니뇨도, 라니냐도 아닌 ‘중립’ 상태를 유지해왔습니다.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를 보낸 것입니다. 하지만 WMO의 최신 예측에 따르면, 이 평온한 시기가 곧 막을 내리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라니냐 발생 확률, 60%까지 높아져
WMO 글로벌 계절 예측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확률은 55%에 달합니다. 이는 중립 상태가 유지될 확률(45%)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더 나아가, 10월부터 12월까지의 기간에는 라니냐 발생 확률이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사실상 2025년 하반기는 라니냐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날씨 패턴에 큰 변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합니다.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라니냐가 가져올 특유의 기후 패턴,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가뭄이나 다른 지역의 홍수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차가운 라니냐, 뜨거운 지구: 풀리지 않는 역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기온’입니다. 전통적으로 라니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냉각’ 효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WMO는 이번 라니냐 시기 동안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언뜻 보기에 모순적인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이 역설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입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기본적인 체온 자체가 이미 너무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라니냐라는 일시적인 냉각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그 효과는 높아진 지구의 기본 온도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는 마치 뜨겁게 달궈진 방에서 작은 선풍기를 트는 것과 같습니다. 약간의 시원함은 느낄 수 있지만, 방 전체의 근본적인 열기를 식히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변화가 단순히 지구를 서서히 덥히는 것을 넘어, 기존의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마저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우리는 이제 ‘라니냐=시원한 해’라는 단순한 공식을 버리고, 새로운 기후 현실에 적응해야 합니다.
라니냐가 우리 삶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 3가지
그렇다면 곧 다가올 라니냐는 우리 생활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까요? WMO의 예측 보고서와 일반적인 라니냐의 영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살펴보겠습니다.
1. 전 세계 강수 패턴의 대변화
WMO가 공개한 2025년 9~11월 강수량 예측 지도를 보면, 라니냐의 전형적인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동남아시아 해상 지역, 호주 북동부, 남아메리카 북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이 예상되어 홍수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면,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남아메리카 남부 지역은 평년보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가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강수 패턴의 변화는 단순히 비가 오고 안 오고의 문제를 넘어, 각 지역의 물 공급, 식량 생산, 그리고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농업부터 에너지까지, 산업계를 긴장시키는 이유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계절적 기후 예측은 농업, 에너지, 보건, 운송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 수백만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막고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기후 예측은 우리 경제와 직결됩니다.
- 농업: 특정 지역의 가뭄은 작물 생산량을 급감시켜 국제 곡물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잦은 홍수는 농경지를 침수시켜 막대한 피해를 낳습니다.
- 에너지: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냉방 수요가 급증하여 에너지 공급망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지역에 가뭄이 들면 수력 발전량이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 보건 및 재난 관리: 이상 기온과 강수량 변화는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 매개체의 서식 환경을 바꾸고,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를 더욱 중요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정확한 기상 정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3. 예상을 뛰어넘는 기온 변화 가능성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라니냐의 가장 큰 특징은 ‘냉각 효과의 실종’입니다. WMO의 기온 예측 지도에 따르면, 북반구와 남반구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북극과 북미, 아시아 북부 지역은 짙은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강력한 고온 현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라니냐’라는 이름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라니냐의 영향으로 대기 순환이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지구 온난화의 힘이 더해져,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강력한 폭염이나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날씨 현상을 넘어: 기후 예측의 중요성
이처럼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변화의 시대에, 과학적인 예측 시스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WMO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까?
WMO는 단순히 엘니뇨/라니냐 현상만으로 미래의 날씨를 점치지 않습니다. 글로벌 계절 기후 업데이트(GSCU)라는 종합 보고서를 통해 더 넓은 시야에서 기후를 분석합니다. 이 보고서에는 ENSO 외에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기후 변동성 요인들이 함께 고려됩니다.
- 북대서양 진동 (North Atlantic Oscillation)
- 북극 진동 (Arctic Oscillation)
- 인도양 쌍극자 (Indian Ocean Dipole)
이러한 여러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컴퓨터 모델로 분석하고, 전 세계 지표면의 온도와 강수량 변화 추이를 종합하여 가장 확률 높은 미래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몇 달 후의 기후를 미리 내다보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표준이 된 기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025년 하반기에 우리에게 다가올 기상 환경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바로 ‘라니냐가 와도 지구는 여전히 뜨겁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정확한 정보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WMO와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발표하는 기상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고, 우리 사회와 개인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다가올 라니냐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며, 이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