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그중에서도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들의 맞대결인 ‘더비’는 언제나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듭니다. 지난 8월 30일, 축구 팬들의 시선은 런던의 심장부 스탬포드 브릿지로 향했습니다. 바로 푸른 사자 첼시와 굳건한 중원의 풀럼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홈팀 첼시의 2-0 완승으로 끝났지만, 경기 내용은 스코어보드에 적힌 숫자만큼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내내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여러 차례 개입하며 흐름을 뒤흔들었고, 선수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오늘은 축구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첼시 풀럼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를 5가지 결정적인 순간으로 나누어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전반전의 향방을 가른 VAR, 그리고 단 한 번의 헤더
경기 초반, 홈팀 첼시는 예상대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풀럼을 압박했습니다. 엔조 페르난데스와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버티는 중원은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말로 귀스토와 마르크 쿠쿠레야 양쪽 윙백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를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전반 14분,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리암 델랍이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첼시의 공격 흐름은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풀럼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첼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전반 21분에 터진 풀럼의 득점 장면은 이날 경기의 첫 번째 분수령이었습니다.
1. 풀럼의 환호와 VAR의 냉정한 판정
풀럼은 첼시의 공격을 끊어낸 뒤, 빠르고 간결한 패스워크로 순식간에 역습을 전개했습니다. 후방에서부터 시작된 패스는 첼시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조슈아 킹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었습니다. 킹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자신을 마크하던 수비수 트레보 찰로바를 침착한 개인기로 제쳐낸 후, 강력한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원정팀 풀럼 선수들과 팬들은 환호했지만, 주심은 VAR 심판진과의 교신을 시작했습니다.
느린 화면으로 재생된 역습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공격의 시발점이었던 호드리구 무니스가 볼을 받는 터닝 동작에서 찰로바의 발을 밟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오랜 시간 이어진 VAR 판독 끝에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고, 풀럼의 선제골은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이 판정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180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득점 취소로 허탈감에 빠진 풀럼과 위기를 넘긴 첼시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대비되었습니다.
2. 해결사 주앙 페드루, 추가 시간에 터진 천금 같은 선제골
전반전이 0-0으로 끝날 것 같던 추가 시간, 첼시는 귀중한 코너킥 기회를 얻었습니다. 페드루 네투가 날카롭게 감아 올린 공은 풀럼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첼시의 해결사 주앙 페드루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막던 풀럼 수비수와의 치열한 몸싸움을 이겨내고 높이 뛰어올랐습니다. 그의 머리를 떠난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습니다.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 없는 완벽한 헤더였습니다. 전반전 내내 답답했던 공격의 흐름을 단 한 번의 세트피스 기회에서 마무리 지은, 그야말로 영웅의 등장이었습니다. 이 득점은 단순한 선제골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양 팀 선수들의 발걸음은 이 한 골로 인해 완전히 다른 무게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후반전을 지배한 페널티킥 논란과 쐐기골
전반 막판 터진 극적인 골로 기세를 올린 첼시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더욱 거세게 풀럼을 몰아붙였습니다. 풀럼 역시 동점골을 위해 라인을 끌어올리며 맞섰지만, 후반 11분 또다시 VAR이 경기에 개입하며 승부의 추는 첼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습니다.
3. 또다시 VAR, 이번엔 첼시에게 페널티킥을!
첼시의 공격 상황, 페널티 박스 안에서 벌어진 혼전 중에 풀럼의 라이언 세세뇽 팔에 공이 맞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첼시 선수들은 즉각 핸드볼 파울을 주장했고, 주심은 다시 한번 VAR 모니터를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VAR 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주심은 세세뇽의 핸드볼 파울 직전, 공격 과정에 있던 주앙 페드루의 핸드볼 여부까지 꼼꼼하게 체크했습니다.
숨 막히는 기다림 끝에 주심의 최종 판정은 첼시의 페널티킥이었습니다. 주앙 페드루의 핸드볼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세세뇽의 핸드볼 파울은 명백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전반전 VAR 판정으로 아쉬움을 삼켰던 풀럼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순간이었습니다.
4. 엔조 페르난데스의 침착한 마무리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선수는 첼시 중원의 사령관 엔조 페르난데스였습니다. 그는 골문 앞에 선 베른트 레노 골키퍼를 앞에 두고 깊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페르난데스는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을 향해 슈팅했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스코어는 2-0, 첼시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골로 첼시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았고, 남은 시간을 훨씬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리를 굳힌 첼시, 2연승과 3경기 무패 행진
두 골 차로 앞서 나간 첼시는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하면서도 추가골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반면, 풀럼은 만회골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이미 기운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5. 첼시의 계속된 공격과 풀럼의 무력한 대응
첼시는 승리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 후반 16분: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친 주앙 페드루가 수비 뒷공간을 완벽하게 허물며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았지만, 마지막 드리블이 길어지며 아쉽게 득점 기회를 놓쳤습니다.
- 후반 26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트레보 찰로바의 강력한 헤더 슈팅이 골문으로 향했지만, 풀럼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가 골라인 바로 앞에서 극적으로 걷어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습니다.
이처럼 첼시는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풀럼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기는 첼시의 2-0 완승으로 마무리되었고, 이 승리로 첼시는 리그 2연승과 함께 개막 후 3경기 무패(2승 1무)라는 훌륭한 시즌 초반 성적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첼시의 상승세, 이제 시작이다
이번 첼시 풀럼 경기는 VAR이라는 현대 축구의 변수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첼시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주앙 페드루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터뜨렸고, 엔조 페르난데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페널티킥 성공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수비진 역시 풀럼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어냈습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번 승리는 첼시가 올 시즌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과연 첼시는 이 상승세를 이어가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의 왕좌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축구 팬들의 관심이 스탬포드 브릿지에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