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리미어리그를 이야기할 때, 토트넘 홋스퍼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명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클럽을 이끌어 온 다니엘 레비 회장입니다. 팬들에게 때로는 극찬을, 때로는 비판을 받았던 그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영진의 교체를 넘어, 토트넘이라는 클럽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다니엘 레비 회장의 25년 재임 기간을 5가지 핵심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며 토트넘이 맞이할 미래를 전망해 봅니다.
다니엘 레비, 25년 여정의 마침표
토트넘 홋스퍼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다니엘 레비 회장이 약 2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중위권을 맴돌던 클럽을 인수하여 EPL의 강호로 탈바꿈시킨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 소식에 많은 축구 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임 발표와 구단의 공식 입장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 회장 체제 하에서 토트넘은 완전히 새로운 클럽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시즌 중 18번이나 유럽 대항전에 진출한 사실을 언급하며, 세계적인 축구 클럽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의 공이 컸음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구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신축 구장과 훈련 시설을 마련한 것 역시 그의 주요 업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레비 회장 역시 구단을 통해 “임원진, 직원들과 함께 이뤄낸 모든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동안 지지해준 모든 팬들께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의 말처럼, 레비의 시대는 수많은 영광의 순간과 아쉬움의 순간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레비 시대의 빛: 토트넘을 강팀으로 만든 3가지 업적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다니엘 레비가 토트넘에 남긴 긍정적인 유산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는 클럽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1. 중위권 팀에서 EPL 강호로의 도약
레비 회장이 부임하기 전, 토트넘은 우승 경쟁과는 거리가 먼 중위권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꾸준하고 영리한 투자를 통해 팀의 전력을 점진적으로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토트넘은 ‘빅6’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으며, 매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팀으로 변모했습니다.
특히 2016-17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첼시와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고, 2018-19 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비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는 점은 그의 가장 큰 공적으로 평가받습니다.
2. 미래를 위한 초석: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구축
다니엘 레비 회장의 가장 빛나는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건립일 것입니다. 그는 10억 파운드(약 1조 7천억 원)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북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웠습니다.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이 경기장은 단순한 축구장을 넘어, NFL 경기와 대형 콘서트까지 유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구단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며,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 속에서 토트넘이 지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위한 최첨단 훈련장 ‘홋스퍼 웨이’ 역시 그의 선견지명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고의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시설은 유망주 육성과 선수단 기량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3. 두 번의 우승, 그리고 수많은 영광의 순간
‘무관’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레비 체제의 토트넘은 두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2007-08 시즌 리그컵(EFL컵) 우승은 오랜 트로피 가뭄을 해소하는 값진 성과였으며, 기사에 따르면 2024-25 시즌에는 UEFA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르며 유럽 대항전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토트넘이 단순한 경쟁자를 넘어 ‘위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레비 시대의 그림자: ‘짠돌이’와 ‘악마의 협상가’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입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은 뛰어난 사업 수완만큼이나 그만의 확고한 운영 철학으로 팬들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우승 빼고 다 가진 회장’이라는 꼬리표
레비 회장을 따라다니는 가장 대표적인 별명은 ‘짠돌이’입니다. 그는 클럽의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엄격한 주급 체계를 고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월드클래스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때로는 핵심 선수와 재계약에 난항을 겪으며 팬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우승을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레비는 늘 한 발짝이 부족하다”는 팬들의 불만은 그의 재임 기간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지지 않은 보강, 스타 선수들의 이탈은 결국 ‘우승 경쟁팀’과 ‘우승팀’의 차이를 만들었고, 이는 레비 회장의 평가를 엇갈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남았습니다.
전설이 된 협상 테이블: 베일, 모드리치, 그리고 케인
반면, 다른 구단 관계자들에게 레비는 ‘악마의 협상가’로 불렸습니다. 그는 선수 판매 협상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구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 가레스 베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그는 세계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하며 구단에 막대한 이익을 안겼습니다.
- 루카 모드리치: 마찬가지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끈질긴 협상을 통해 최고의 조건을 받아냈습니다.
- 해리 케인: 맨체스터 시티의 끈질긴 구애를 막아내며 팀의 상징적인 선수를 지켜낸 사례는 그의 협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입니다.
이러한 그의 협상 스타일은 구단의 자산을 지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때로는 이적 시장에서 유연성을 저해하고 선수 및 타 구단과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레비 이후의 토트넘, 새로운 시대의 서막
다니엘 레비의 퇴진으로 토트넘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비나이 벤카테샴이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피터 채링턴이 비상임 회장으로 이사회를 이끌며 새로운 리더십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채링턴 신임 비상임 회장은 “레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이 클럽에 보여준 오랜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이제 구단은 새로운 리더십 시대를 맞이했으며, 구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미래로 향합니다. 새로운 경영진은 레비 시대의 장점인 안정적인 재정 구조와 훌륭한 인프라를 계승하면서도,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우승 트로피’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할 수 있을까요? 레비가 남긴 복합적인 유산을 바탕으로 토트넘이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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