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동석이 9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액션 세계관, 이른바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축하며 스크린을 장악했던 그가 제작과 각본에도 참여한 드라마 ‘트웰브’는 방영 전부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죠. 동양의 12지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히어로물이라는 신선한 소재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기대를 증명하듯, ‘트웰브’는 첫 방송에서 8.1%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단 1회 만에 시청률은 5.9%로 곤두박질쳤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들로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가파른 시청률 하락을 불러왔을까요? 그리고 ‘트웰브’는 초반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요?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지점들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첫인상
KBS가 주말 저녁 황금 시간대에 미니시리즈를 신설하며 야심 차게 내놓은 첫 주자가 바로 ‘트웰브’였습니다. 이는 그만큼 방송사가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동석이라는 흥행 보증수표와 12지신이라는 참신한 콘셉트의 조합은 시청률 견인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1회 시청률 8.1%는 이러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오랜 시간 같은 시간대를 지켜온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시청층을 상당 부분 흡수하며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죠. 하지만 문제는 2회였습니다. 무려 2.2%p나 하락한 5.9%라는 성적표는 단순한 숨 고르기가 아닌, 콘텐츠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표출된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많습니다. 특히 동 시간대 경쟁작인 tvN ‘폭군의 셰프’가 호평 속에 시청률 상승세를 그린 것과 대조되며 ‘트웰브’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시청자를 등 돌리게 만든 5가지 아쉬운 점
높은 기대만큼이나 실망감도 컸던 걸까요? 많은 시청자가 ‘트웰브’의 초반부에 대해 다양한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시청률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5가지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더딘 전개와 늘어지는 서사
새로운 세계관을 소개해야 하는 판타지 장르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트웰브’의 초반 전개는 지나치게 느리고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1회와 2회에 걸쳐 12지신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세계관의 기초를 다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강력한 사건이나 갈등 구조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배우 고규필이 연기하는 돼지 캐릭터 ‘도니’가 강아지와 대화하는 장면처럼 특정 장면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이야기의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시청자들은 “스토리가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별 내용 없이 시간만 끄는 느낌”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흥미로운 사건으로 시선을 사로잡기보다는 설정 설명에만 급급한 듯한 인상을 주며 지루함을 유발한 것이 첫 번째 패인으로 꼽힙니다.
2. 어색한 연기 앙상블과 매력 없는 캐릭터
12명의 개성 넘치는 히어로가 등장하는 만큼, 이들의 관계성과 케미스트리는 극의 재미를 책임지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트웰브’에서는 아직 이러한 시너지가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캐릭터들이 각자 겉도는 듯한 인상을 주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몇몇 배우들의 연기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비장미만 넘칠 뿐,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서인국, 이주빈, 강미나 등 매력적인 배우들이 포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입체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캐릭터 간의 ‘티키타카’나 관계성이 드러나지 않으니, 시청자들은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3. 눈을 의심케 하는 CG와 연출
가장 많은 비판이 쏟아지는 부분은 바로 작품의 전체적인 퀄리티입니다. 특히 현대 히어로물을 표방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그래픽(CG) 수준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어린이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마치 20년 전 기술력 같다”며 허술한 CG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과거 회상 장면 등 일부 연출은 마치 MBC ‘서프라이즈’의 재연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혹평까지 나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세련미가 부족하고 어딘가 모르게 촌스러운 연출 방식은 극의 몰입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 역시 텅 빈 듯한 느낌을 주어 영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어색함을 더했습니다.
4. ‘마동석 표’ 액션의 실종
사람들이 ‘마동석’이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것은 단연코 타격감 넘치는 시원한 액션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나쁜 놈들을 한 방에 제압하는 통쾌한 액션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트웰브’ 속 호랑이 ‘태산’의 액션은 어딘가 답답합니다.
마치 0.8배속으로 느리게 재생하는 듯한 움직임, 동작과 동작 사이의 어색한 공백, 타격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카메라 워크와 편집은 ‘마동석표 액션’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액션의 합이 엉성하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다 보니, 마동석 배우가 가진 최대의 강점마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높습니다.
5. 웃음 타율 0%? 실패한 유머 코드
마동석의 작품에는 액션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특유의 유머 코드입니다. “임꺽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네 ‘꺽정’이나 해라”와 같은 대사는 ‘트웰브’에서도 반복되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유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하지만 조악한 퀄리티와 어색한 연출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유머는 웃음을 유발하기는커녕 오히려 극의 흐름을 끊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편집의 문제인지, 대사의 문제인지 티키타카가 전혀 살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실패한 유머는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트웰브’를 기대해 볼 만한 이유
이처럼 수많은 비판에 직면했지만, ‘트웰브’의 여정이 여기서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드라마는 총 8부작 중 단 2회만 공개되었을 뿐이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2회 마지막 부분에서 악의 무리인 ‘오귀’가 깨어나면서 12지신은 본격적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곧 평범한 인간처럼 살아가던 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각성하고 히어로로서 활약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의미합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12지신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보여줄 팀플레이와 각성 후 펼쳐질 화려한 능력들은 초반의 지루함을 만회할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결국 ‘트웰브’의 성패는 앞으로 남은 6회 동안 초반의 단점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12지신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시청자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야기의 속도감을 높이며, 캐릭터들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면 반등의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트웰브’, 반등의 열쇠는 바로 이것?
드라마 ‘트웰브’는 신선한 세계관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마동석이라는 흥행 배우를 품고도, 아쉬운 만듦새와 더딘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2회 만에 드러난 문제점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제 공은 제작진에게 넘어갔습니다.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 3회부터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수용한 극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과연 ‘트웰브’는 ‘용두사미’라는 오명을 벗고,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안방극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낼 수 있을까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앞으로 ‘트웰브’가 보여줄 행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