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베니스 도전, 황금사자상 불발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5가지 이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막이 내렸습니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이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으로 향한 가운데, 올해 역시 쟁쟁한 거장들의 신작들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특히 한국 영화 팬들에게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13년 만에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큰 기대를 모았는데요. 아쉽게도 수상의 영광은 다른 감독에게 돌아갔지만, ‘무관’이라는 두 글자로 그의 도전을 평가하기엔 너무나 이릅니다.

오히려 이번 베니스 영화제는 수많은 수상 후보작 속에서도 그의 신작이 얼마나 빛나는 작품인지를 증명하는 무대였습니다. 트로피의 유무를 떠나,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왜 세계 영화계에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계기였죠. 지금부터 황금사자상 수상 불발 소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새로운 도전에 주목해야 하는 5가지 이유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제82회 베니스 영화제, 그 뜨거웠던 현장

올해로 82회를 맞이한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그 역사와 권위만큼이나 수준 높은 작품들로 가득했습니다. 세계적인 거장들과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이 저마다의 영화적 비전을 선보이며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수상 결과 하나하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황금사자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최고상, 황금사자상은 미국의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아일랜드, 프랑스를 배경으로, 성인이 된 자녀와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의 관계를 세 개의 이야기로 엮어낸 작품입니다. 짐 자무쉬 감독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담담한 연출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짐 자무쉬는 독창적인 스타일과 독립 영화 정신으로 오랫동안 존경받아온 감독이기에 그의 수상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보다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결과였습니다. 그의 수상은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거장의 내공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입니다.

주목받은 다른 수상작들

황금사자상 외에도 중요한 상들의 주인이 가려졌습니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희생된 6세 가자지구 소녀의 실화를 다룬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차지했습니다. 튀니지 출신의 카우더 벤 하니아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영화는 사라진 것을 되돌릴 수 없지만, 그 목소리를 국경 너머로 전할 수 있다”며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외쳐 장내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감독상은 배우 드웨인 존슨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스매싱 머신>을 연출한 베니 사프디 감독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올해 베니스 영화제는 예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작품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수상보다 값진 호평,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

치열했던 경쟁 속에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비록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영화가 공개된 후 쏟아진 평단의 찬사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단순한 수상 기록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13년 만의 베니스 경쟁 부문 진출이 갖는 의미

먼저, 한국 영화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 자체가 13년 만의 쾌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이곳의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전 세계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최고의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이는 박찬욱 감독 개인의 영광을 넘어, 현재 한국 영화가 도달한 높은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그의 작품이 세계적인 거장들의 신작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이는 한국 영화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 – 세계를 매료시킨 찬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의 반응이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상영 직후부터 평론가들 사이에서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세계 유수의 매체들은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파격적인 서사,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폐막식 후 박 감독은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닙니다. 예술가에게 있어 자신의 작품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깊은 공감을 얻는 것만큼 큰 보상은 없기 때문입니다. 베니스의 밤을 뜨겁게 달군 기립박수와 환호는 그 어떤 트로피보다 값진 성과였을 것입니다.

거장의 발자취, 왜 우리는 그에게 열광하는가?

이번 베니스에서의 도전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박찬욱이라는 감독이 걸어온 길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확장하며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안긴 ‘복수 3부작’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단연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입니다. 특히 <올드보이>가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강렬한 이미지와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독창적인 연출은 서구 관객과 평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박찬욱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습니다.

언어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다

국내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그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스토커>를 연출하며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었습니다. 이후 영국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과 HBO 시리즈 <동조자> 등 OTT 플랫폼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히며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히 한국의 유명 감독이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크리에이터임을 보여줍니다.

칸의 남자, <헤어질 결심>으로 증명한 저력

가장 최근작인 <헤어질 결심>으로 2022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것은 그의 영화 세계가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 사건입니다. 초기작의 강렬함과는 다른, 우아하고 절제된 멜로드라마를 통해 또 한 번의 변신에 성공하며 거장의 품격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아온 그의 이력은 이번 베니스 영화제의 결과가 결코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평가 절하가 아님을 말해줍니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부산에서 오스카까지

베니스에서의 공식 일정은 끝났지만, <어쩔수가없다>의 진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영화 팬들을 설레게 할 다음 행보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의 의미

가장 먼저 들려온 기쁜 소식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여는 작품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베니스에서 시작된 뜨거운 열기가 부산으로 이어져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전망입니다. 오는 10월 17일, 드디어 한국 관객들이 그의 새로운 세계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국내 개봉과 아카데미를 향한 기대감

부산에서의 첫선을 보인 후, 영화는 10월 24일 공식 개봉하여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예정입니다. 또한, 베니스에서의 호평은 내년 초 열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으로 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최고상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세계 3대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이처럼 강력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습니다. <기생충>과 <미나리>가 열어젖힌 길을 따라 또 한 번의 오스카 레이스를 기대해볼 만한 충분한 이유입니다.

베니스의 밤은 끝났지만, 박찬욱의 영화는 계속된다

결론적으로,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게 트로피를 안겨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수상 기록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세계 평단의 찬사를 통해 작품성을 입증했고,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통해 대중과의 교감에도 성공했습니다.

하나의 영화제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장의 새로운 도전이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입니다. 베니스의 밤은 저물었지만, 그의 영화는 이제 막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그리고 전국의 극장에서 펼쳐질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벌써부터 우리를 기다리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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