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사가 이탈리아 정부 보증으로 3200억을 확보한 3가지 비결

최근 국내 건설업계를 놀라게 한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사 중 하나인 대우건설이 유럽의 금융 중심지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는 내용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과정에 이탈리아 정부 산하 기관이 보증을 섰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한 기업 간의 금융 거래를 넘어, 국가 간의 신뢰와 협력이 바탕이 된 이번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이번 자금 조달은 단순한 액수를 넘어, 대우건설의 글로벌 금융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어떻게 한국의 건설사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탈리아의 공적 기관으로부터 신용을 얻고, 약 3,259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이번 금융 약정의 세부 내용과 그 배경, 그리고 국내외 건설 및 금융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2억 유로 규모의 성공적인 금융 약정, 그 내막은?

이번 소식의 핵심은 대우건설이 2억 유로(한화 약 3,259억 원) 규모의 외화 차입금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딜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자금 조달의 방식과 그 배경에 있습니다.

보증의 핵심, 이탈리아 수출보험공사(SACE)

이번 금융 약정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이탈리아 재정경제부 산하의 금융보험그룹인 수출보험공사(SACE, 사체)가 보증을 섰다는 점입니다. SACE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이탈리아의 국가 경쟁력을 책임지는 핵심 공적수출신용기관(ECA, Export Credit Agency)입니다.

주된 역할은 자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수출을 확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기업이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필요한 자금에 대한 보증을 서주거나,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보험 상품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즉, SACE의 보증은 이탈리아 정부가 해당 거래의 안정성을 공인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이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신용 공여 역할을 합니다.

이번 약정에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나틱시스(Natixis)가 주간사이자 대주, 구조화 대리기관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SACE라는 든든한 보증이 있었기에 글로벌 투자은행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약정 만기는 최초 인출일로부터 3년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푸시 전략’이라는 특별한 금융 기법

SACE가 이번 보증에 활용한 금융상품은 ‘푸시 전략(Push Strategy)’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매우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금융 지원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수출 금융은 특정 계약이 성사된 후, 해당 계약을 기반으로 금융 지원이 이루어지는 ‘풀(Pull)’ 방식이 많습니다. 하지만 ‘푸시 전략’은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합니다. SACE는 이탈리아 기업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잠재력이 큰 우량 해외 기업(이번 사례에서는 대우건설)을 먼저 선별합니다. 그리고 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보증을 제공하여 금융 비용을 낮춰줍니다.

이는 대우건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향후 대우건설이 수행하는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이탈리아산 자재나 장비, 기술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도록 유도하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대우건설은 금융 혜택을 얻고, 이탈리아 기업들은 새로운 수출 판로를 개척할 기회를 얻게 되는 ‘윈-윈(Win-Win)’ 구조인 셈입니다.

대우건설의 치밀한 글로벌 금융 포트폴리오

이번 SACE 보증부 차입은 대우건설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추진해 온 금융 다각화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국내 시장이나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혁신적인 금융 기법을 도입하며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채권부터 ESG 채권까지, 경계를 넘나들다

대우건설의 글로벌 금융 행보는 이미 여러 차례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 2023년, 수쿠크(Sukuk) 발행: 국내 건설사로서는 드물게 이슬람 금융 시장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수쿠크는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실물 자산에 기반하여 발행되는 채권으로, 중동 지역의 풍부한 오일 머니를 유치하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이는 중동 시장에서의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 강화와 직결됩니다.
  • 2024년 3월, CGIF 보증부 자금 조달: 아시아개발은행(ADB) 산하 신용보증투자기구(CGIF)의 보증을 통해 싱가포르 금융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는 아시아 시장의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대우건설의 신뢰도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 2024년 4월, 그린본드(Green Bond) 발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친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그린본드 발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고, 가치 투자를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대우건설은 중동, 아시아, 그리고 이번 유럽 시장까지, 각 지역의 특성과 자금의 성격에 맞는 최적화된 금융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전 세계 금융기관들과의 튼튼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왜 글로벌 금융 다각화가 중요한가?

건설업은 대규모 자금이 선행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수주 산업의 특성을 가집니다. 특정 국가나 금융 시장의 경기가 악화될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의 전략처럼 자금 조달 창구를 전 세계로 다변화하면 이러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한쪽 시장이 불안정하더라도 다른 시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양한 금융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이는 곧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한국과 이탈리아, 새로운 협력의 가능성을 열다

이번 금융 약정은 대우건설이라는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 간의 경제 협력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는 우수한 디자인과 고품질 건축 자재, 정밀 기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건설사들은 전 세계 오지에서 대규모 인프라와 플랜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뛰어난 시공 능력과 사업 관리 노하우를 자랑합니다.

이번 SACE의 보증은 양국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안정적인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더욱 활발하게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의 우수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는 양국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며,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금융 혁신

대우건설이 이탈리아 수출보험공사의 보증을 통해 2억 유로를 조달한 사례는,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기술력이나 영업력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국경을 넘어선 창의적인 금융 솔루션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능력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번 성공은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안정적인 금융 기반을 구축하여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및 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조달 방식과 협력 모델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기업 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비단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뛰는 모든 한국 기업에게 중요한 영감을 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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