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가 연 85조 시장, 한국 제약사가 도전하는 3가지 미래 기술

전 세계가 지금 비만 치료제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가 있습니다. 주사 한 번으로 체중 감량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뜨거운 열기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느껴집니다.

2030년에는 무려 8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거대한 비만 치료제 시장. 글로벌 제약사들이 발 빠르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과거의 실패 경험으로 인한 신중함 속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과감하게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선두주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고비가 촉발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현황을 짚어보고, 거대한 기회와 위험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어떤 독자적인 기술로 미래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전 세계를 휩쓴 비만 치료제, 위고비 열풍의 시작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위고비는 ‘GLP-1 유사체’ 계열의 약물입니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체중 감량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았습니다. GLP-1 호르몬은 우리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데, 뇌에 신호를 보내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위장 운동을 늦춰 소화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위고비는 바로 이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여 자연스럽게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효과 덕분에 위고비는 출시 직후부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유명인들이 체중 감량 비결로 언급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는 더욱 치솟았죠. 미국과 유럽에서는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국내 시장에 상륙한 위고비와 마운자로

이러한 열풍은 한국 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위고비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첫 한 달 만에 1만 건이 넘는 처방 건수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매달 약 8만 건에 달하는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경쟁 약물인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역시 지난달 출시된 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1만 8천 건이 넘는 처방 건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시장 반응을 증명했습니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7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0억 원에 비해 무려 189%나 급증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성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높은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과실은 현재까지 대부분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사제를 넘어,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등장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모두 주 1회 직접 주사해야 하는 주사제입니다.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점은 사용자에게 분명한 불편함으로 작용합니다. 시장의 선두주자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고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이미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준비하는 차세대 무기는 바로 ‘경구용 치료제’, 즉 알약입니다. 알약 형태의 치료제는 주사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보관과 휴대가 간편해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습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경구용 치료제는 주사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가 2030년 전체 비만 치료제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선두 기업들은 이미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최종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입니다.

거대한 시장 앞, 국내 제약사들이 주저하는 이유

8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시장 규모와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 제약사 중 상당수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아픈 기억과 신약 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위험 부담 때문입니다.

과거 국내 제약업계는 1세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매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리덕틸’이라는 약물의 특허가 만료되자 수많은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리덕틸은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또한, 종근당이 개발하여 미국에 기술 수출까지 했던 신약 후보 물질 ‘밸로라닙’은 임상시험 도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겪으며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비만 치료제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만큼이나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까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은 제약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후발주자의 반격, 한국형 비만 치료제 3가지 전략

하지만 이러한 위험 속에서도 일부 국내 제약사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틈새시장’ 공략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1.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그대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

한미약품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들이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의 주사제이지만, 가장 큰 차별점은 부작용 개선에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 사용자들 사이에서 흔히 보고되는 구토, 복통, 설사 등 위장 관계 부작용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을 파고든 전략입니다. 한미약품은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위고비의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사용 편의성을 높인 약물로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 주사도 알약도 싫다면? 붙이는 비만 치료제: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더욱 혁신적인 접근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비만 치료제입니다.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거나 매일 알약을 챙겨 먹는 것을 번거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미세한 바늘이 부착된 패치를 피부에 붙이면 약물이 체내로 흡수되는 방식으로, 통증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장벽이 높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웅제약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꾸준히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차세대 시장 정조준: 경구용 치료제 개발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음 격전지로 점찍은 경구용 치료제 시장에도 국내 기업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주사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더불어 경구용 비만 치료제 ‘HM101460’의 연구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차세대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자마다 맞는 치료제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약물이 시장을 독점하기는 어렵다”며 “수요를 고려하면 앞으로 주사제, 알약, 패치 등 더욱 다양한 형태의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며, 이는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고비가 열어젖힌 기회의 땅, K-바이오의 미래는?

위고비의 등장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으며, 이제 이 시장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기회의 땅’이 되었습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이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해외 기술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부작용을 개선하고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등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위고비로 대표되는 현 시장의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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