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 일본에게만 열린 문? 한국차가 직면한 3가지 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한때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점했던 한국 자동차가 이제는 관세, 보조금, 그리고 생산 차질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위기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일본 자동차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미 FTA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던 과거의 영광은 이제 험난한 도전 과제로 변모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한국 자동차의 발목을 잡는 사이, 일본 자동차는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 거대한 삼중고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그 냉혹한 현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미국 시장의 관세 역전, 일본 자동차의 부상

이번 위기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관세’ 문제입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관세율 역전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자동차의 가장 큰 무기였던 ‘가성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10%p 더 높은 관세, 사라진 ‘가성비’ 강점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무관세(0%) 혜택을 누렸습니다. 당시 2.5%의 관세를 부담해야 했던 일본 자동차에 비해 확고한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우수한 품질을 갖춘 한국차에 열광했고, 이는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반면, 일본과는 별도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차는 이제 일본차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높은 관세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한 대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는 곧바로 가격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수년간 쌓아 올린 시장 점유율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결국 현대차, 기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일본 경쟁사의 약진과 한국차의 수익성 악화

이러한 관세 역전은 미국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 등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곧바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관세 폭탄의 여파로 현대차와 기아가 3분기에만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이익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특히 생산량의 90%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의 타격은 더욱 심각합니다. 가격에 민감한 소형차 위주로 판매해 온 한국GM으로서는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워, 수출 물량을 줄이거나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리한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무역 합의가 이루어진 후 실제 관세 인하까지는 50일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현재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자동차 업계의 고통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사이 일본 경쟁사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것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격변: 보조금 폐지와 생산 차질

내연기관차 시장의 위기가 관세에서 비롯되었다면,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시장에서는 보조금과 생산 문제가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던 한국 기업들에게는 뼈아픈 이중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라지는 보조금, 일본 · 독일 경쟁사와 힘겨운 싸움

현대차와 기아는 테슬라와 GM의 뒤를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3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이는 전통의 강호인 일본의 도요타나 독일의 폭스바겐을 전기차 분야에서만큼은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성과였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조금 제도가 곧 종료될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약 1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한 이유도 바로 이 보조금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지만, 이제 그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폐지가 단순히 차량 가격을 높이는 것을 넘어, ‘캐즘(Chasm)’ 현상에 빠진 미국 전기차 시장 자체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보조금 없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이제 막 추격을 시작한 일본유럽 경쟁사들과의 싸움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 지연

설상가상으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계획에 또 다른 암초가 등장했습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이던 합작 배터리 공장이 예기치 못한 문제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공장 건설을 담당하던 협력사의 전문 인력들이 대규모 구금 사태에 휘말리면서 공사가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전기차 생산의 핵심인 배터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됨을 의미합니다. 생산이 미뤄지는 만큼 모든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미국인 고용’을 늘리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비자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을 갖춘 경쟁사, 특히 일본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기업의 힘만으로는 역부족, 외교적 해법이 절실한 이유

지금까지 살펴본 관세, 보조금, 공장 건설 지연이라는 세 가지 문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거대한 장벽입니다. 이 문제들의 근원에는 모두 미국 정부의 정책과 지정학적 변수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나 전기차 보조금, 비자 이슈 모두 정부가 관련된 문제라 개별 기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기술 개발, 품질 향상, 마케팅 강화 등 기업 본연의 경쟁력만으로는 이 불리한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조성된 현재의 무역 환경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총력적인 외교적 노력이 절실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지금 관세 역차별, 보조금 폐지,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퍼펙트 스톰’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가성비’ 전략은 큰 도전에 직면했으며, 미래 성장의 동력이었던 전기차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상황이 매우 엄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기도 합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전략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저렴한 차를 파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같은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며, 현지 공급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업과 정부가 한 팀으로 뭉쳐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면, 일본을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들을 넘어 다시 한번 세계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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