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 장벽이 높은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해외 수주 소식은 단순한 계약 체결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최근 국내 대표 에너지 기업이 유럽의 심장부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하며 K-원전 기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바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체코전력공사(CEZ)와 약 3000억 원 규모의 원전 핵심 설비 교체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공급이 아닌,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장기적인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체코 테믈린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 수주가 가지는 구체적인 내용과 그 이면에 숨겨진 전략적 의미,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이 기업이 펼쳐나갈 미래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체코 원전의 심장을 교체하는 3000억 원 프로젝트
이번 계약의 핵심은 체코 남보헤미아주에 위치한 테믈린 원자력 발전소 1, 2호기의 ‘발전기’를 교체하는 것입니다. 원전에서 발전기는 원자로에서 생성된 증기 에너지를 최종적으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소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기자재입니다.
계약 규모는 총 3000억 원대로, 단순히 발전기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포괄적인 과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범위
- 핵심 기자재 공급: 테믈린 원전 1, 2호기에 들어갈 최신 발전기와 함께 발전소 운영에 필수적인 보조기기(BOP) 일체를 공급합니다.
- 설치 및 시운전: 기존 설비를 해체하고 새로운 발전기와 보조기기를 설치, 시운전하며 완벽한 성능을 보장하는 전 과정을 책임집니다.
- 15년 장기 유지보수 계약: 설비 교체가 완료된 후에도 향후 15년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장기 서비스 계약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일회성 매출이 아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산스코다파워가 주계약자로서 전체 사업을 총괄하며, 모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핵심 기자재인 발전기 공급과 고도의 기술 지원을 맡는 협력 구조로 진행됩니다. 이는 M&A를 통해 확보한 해외 거점과 본사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창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유럽 원전 시장 공략, 이번 수주의 3가지 전략적 의미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단순한 실적 추가를 넘어, 글로벌 원전 시장, 특히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성과가 가지는 전략적 의미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팀 두산’의 시너지 입증
이번 프로젝트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팀 두산’으로서 유기적으로 협력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터빈 및 발전기 분야의 강자이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 제작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발전기 생산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는 단순한 지분 인수를 넘어, 실질적인 기술 공유와 협력을 통해 현지 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더 큰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음을 보여줍니다. 국제 경쟁 입찰에서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을 제치고 사업을 따냈다는 사실이 이러한 시너지 효과의 강력한 증거입니다.
둘째,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서의 기술력 공인
유럽 원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안전 및 기술 기준을 요구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신규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기존 원전의 성능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원전 현대화’ 사업 역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신뢰도가 없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테믈린 원전은 최소 60년 이상의 장기 운영을 목표로 단계적인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두산의 원전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이 유럽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이번 성공적인 레퍼런스는 향후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의 신규 원전 사업 수주 경쟁에서도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할 것입니다.
셋째, 고부가가치 서비스 사업으로의 확장
원자력 발전 사업은 건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의 운영 기간 동안 발생하는 유지보수, 성능 개선, 부품 교체 등 서비스 사업의 규모는 원전 건설 비용을 넘어서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이번 계약에 15년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가 포함된 것은 이 기업이 고부가가치 서비스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장기 서비스 계약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추가적인 사업 기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제조업을 넘어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전략적 방향과도 일치합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 K-원전의 미래
최근 전 세계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대규모 무탄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이 다시금 주목받는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번 체코 원전 프로젝트 수주는 K-원전 기술이 세계 시장의 중심부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 4호기 주기기 공급을 시작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앞장서는 한편, 해외 시장에서는 이번 체코 프로젝트와 같은 성공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3000억 원 규모의 수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팀 두산’의 시너지, 유럽이 인정한 기술력,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인 서비스 사업의 잠재력을 모두 보여준 쾌거입니다. 체코에서 울린 K-원전의 낭보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